무목사 메세지

출제자의 의도

제주한교회 2021. 6. 6. 10:51

저는 학창시절에 국어 과목이 참 취약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작품이랑 작가의 이름을 같이 기억하는게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작품도 아는 것이고 작가도 아는데
이 작품이 그 작가의 글이라는 것을 기억하지 못해서
문제를 풀면서도 이게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하는 마음이 들어서 더 공부하기 싫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어영역에서 단골로 나오는 문제중에 하나는
출제자의 의도를 묻는 것인데, 풀면서도
시인이나 작가가 이것까지 생각하면서 글을 지을까...?

저를 아는 분들은 참 저다운 생각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실제로 어느 TV프로그램에서 수능문제를 가져다가
원작자에게 풀어보라고 하였는데 2문제 모두 틀렸다고 합니다.

원작자가 작가의 의도를 묻는 문제를 푸는데
스스로 답이 틀렸다면, 문제가 틀렸다는 말입니다.
또 어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교과서에 실리는 것을
반대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자신의 작품의 전체가 실리는 것이 아닌
부분만 실린다면 자신의 의도가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우리 각자의 인생도 이와 비슷합니다.
자신이 자신에 대해서 잘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우리의 의도대로 태어난 사람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한 사람도 없습니다.

자신이 태어나고 싶은 시기, 자신이 원하는 모습대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고 태어나서도 몇년이 지나서
이게 나구나 싶은게 사람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우리의 생각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착각할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 말고 세상이 맞다고 하는 것을
따라갈 때가 생각보다 더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
하나님은 어떤 뜻이 있으신 것일까?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나를 아신 분은
내 인생에 대한 계획이 무엇일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님 뜻이고
어떤 곳이 하나님이 예비하신 곳일까?

신학교에서도 이런 궁금증으로
온 분들이 절반 가까이 됩니다.

그중에서 대부분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저런 실패를 하면서
"나는 하나님일을 해야되나보다" 하고
신학교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정말로 하나님의 뜻을 따라 온 사람도 있을테지만
1년에 몇백명 몇천명씩 하나님의 뜻으로 인해
실패해서 신학교에 오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제 이해하는 하나님입니다.

저는 지금 제주한교회의 담임목사로 있지만,
제가 목사가 되지 않고 옷가게 사장님이 되었거나
어느 회사에 들어가서 회사원이 되었다고 해서
하나님은 저를 벌하고 제 인생을 망가뜨리는 분이
절대로 아닙니다.

하나님의 뜻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그 자리에서 하나님을 위해 사는 것
현재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바라보고,
하나님을 보여주는 것이 하나님을 위해 사는 길이고
그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 자체를 쓰시는 분입니다.
내가 하는 일이 '큰 일'인지 '작은 일'인지
판단하는 것은 출제자의 의도를 벗어난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뜻이 어디있나..
이 직업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인지
묻고 기도하고 갈등하고
스스로 시험에 빠지기도 합니다.

사람은 하나님을 닮게 창조된 존재이면서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들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이 땅,
나에게 허락하신 그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앞에서 어떤 사람인지 집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