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이 무너지고 다윗이 세워진다. -> 우리 안에 사울과 다윗이 섞인다. 사울이 다윗을 핍박하듯이 우리 안에 사울이 다윗을 핍박한다. 그런데 거기에서 다윗이 자라난다. 그래서 사울은 다윗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우리 안의 사울을 디딤돌로 다윗을 세워야 한다. 신앙생활은 내 인생의 연약한 부분, 못난 것, 슬픈 것에서 진지하게 사는 것이다.
사무엘상 16장에 들어서면 다윗이 기름부음을 받는다. 17장에 오면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치는 사건이 나온다. 그리고 18장에 오면(17장 후반부터) 이제 다윗이 사울 앞에 서게 된다. 거기에 신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 (사무엘상 18:7)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승리자는 사울인데 승리의 주인공은 다윗이다. 이것에 대해서 사울은 매우 불쾌해 한다(사무엘상 18:8).
“사울이 그 말에 불쾌하여 심히 노하여 이르되 다윗에게는 만만을 돌리고 나에게는 천천만 돌리니 그가 더 얻을 것이 나라 말고 무엇이냐 하고 그 날 후로 사울이 다윗을 주목하였더라” (사무엘상 18:8-9)
이 말씀 안에는 사울의 내면이 들어 있다. ‘천천만 돌리니’… 사울은 사람의 수를 의지했다. 그리고 그가 의지한 숫자의 배신을 당한다. 그 결과 사울은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다윗을 시기한다. 이 때부터 사무엘상의 마지막 장까지 사울의 지독한 시기가 만들어낸 다윗의 고난이 기록되며, 다윗은 그 고난으로 자라난다. 다시 조금 앞으로 가서 보자.
“너는 칼과 단창으로 내게 나아 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나아가노라”(사무엘상 17:45b)
다윗의 이 고백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바라는 신앙고백이자 승리의 대표적인 구절이다. 그래서인지 우리에게 다윗은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다윗의 이야기를 사건의 연속, 곧 스토리로 보면 조금 다르게 보인다. 물 맷돌로 블레셋의 장수 골리앗을 넘어뜨린 사건 이후 다윗의 생애는 생명의 위협과 피난 생활, 그리고 큰 실수를 하고, 사랑하는 아들에 의해 반란으로 도망 다니고 눈에 눈물이 마를 새 없는 인생의 길을 걷는다. 이런 성경의 진술은 다윗을 영웅으로 만들지 않는다.
“다윗은 영웅이 아니다. 성경은 다윗을 위대한 사람으로 그릴 목적이 없다. 성경은 하나님이 그에게 무슨 일을 하셨는가를 보라고 한다. 다윗을 포함한 우리는 먼저 하나님을 만나고 긴 여정에 걸쳐 훈련되고 성숙한다.” – 유진 피터슨
상기한 유진 피터슨의 말은 정당하다.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이 죽인 자는 만만이니라”라는 칭송을 받고, 왜 사울에게 쫓겨서 피난길을 다녀야 했는지. 그가 승리의 자리에서 하나님께 봉헌하겠다는 성전을 왜 못 짓게 하셨는지. 밧세바의 사건은 왜 안 말리셨는지. 자식이 배반하여 망신을 당하게 하시는 지에 대해서 성경은 설명하지 않는다. 다윗이 무엇을 잘했다 잘못했다는 설명은 없고 그는 그러한 일들을 인생에서 [겪는다].
이렇게 다윗의 인생이 우리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는데 우리는 그 말을 안 듣는다. 사울은 그의 폐위에 가장 결정적인 실패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제사 보다 낫다’는 것에 있었다. 그런데 다윗은 더 나간다. 하나님은 상한 심령을 원하신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울에서 다윗으로의 흐름을 우리는 더듬어서 찾아간다.
사울은 순종이 아닌 제사로 간 종교인이다. 사울은 인위(사람중심)이고 다윗은 신위(하나님 중심)이다. 성경은 이것을 대조하고 있으며, 이 둘이 우리 안에 함께 있고, 이 흐름은 성경 전체의 맥락이다.
그러면 다윗의 신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질곡 같은 고난을 통해서 다윗의 한계를 붙잡으심으로 그가 결국 하나님께 도와 달라고 항복하는 것으로 하나님이 주려고 하신 것을 주시는 것이 다윗의 인생이다. 다윗의 생애를 보면 그가 당하는 모든 어려움으로 떠밀려서 하나님 앞에까지 도달하고, 은혜를 구하게 되고, 그 은혜가 다윗을 만든다. 그 결과물들이 바로 시편에 나타난 다윗의 시 속에 녹아져 있다.
시편의 반을 다윗이 지었다. 다윗의 시편은 모두가 자기가 어떻게 막다른 골목에 몰렸고, 거기서 어떻게 하나님의 은혜를 구할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노래이다. 하나님이 그를 한계로 밀어 넣으심으로 그의 입에서 나온 고백들이 그의 본질이 되게 하신 것이다. 우리가 그 과정을 대면하게 되면 ‘아멘’이 쉽게 나올 수가 없다.당신이 어려운 고난 중에 있든지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고 있든지 항상 그 다음 페이지가 있다. 지금 하나님께서 열심이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계시며 반드시 우리를 완성하신다. 하나님의 진리와 신령한 내용을 그분의 자녀 된 우리 안에 반드시 채우신다.
[기도]
너는 칼과 단창으로 내게 나아 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나아가노라. You come against me with sword and spear and javelin, but I come against you in the name of the LORD Almighty, the God of the armies of Israel, whom you have defied. (사무엘상 17:45b)
우리가 겪는 범사의 의미 뿐 만이 아니라 그 안에 품어진 부르심을 분별하여 깨달아 알게 하옵소서. 우리의 못남, 연약함에 대해서 진지하게 하시고, 아버지 하나님의 은혜 안에 거함이 얼마나 복된 것인지 알아 그 안에 있는 부르심의 소망을 향해 허락하신 자리와 범사를 살아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